흥국생명은 무엇을 했나?
흥국생명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5억 달러를 빌렸다. 이것들은 신 자본증권이라고 불리는 채권이다. 금리는 연 4.475%, 만기는 30년이다.
하지만 30년은 기다리기엔 긴 시간이지만, 이 채권에는 조건이 붙는다. 5년이 지나면 흥국생명에 조기상환 권(콜옵션)이 부여된다. 과거 국내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5년 만에 이 옵션을 행사했다. 그래서 실제로는 5년 만기의 채권으로 생각되었다. 다만 흥국생명은 11월 9일 운동 복귀일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흥국생명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흥국생명의 하이브리드 자본증권은 조기상환 옵션이 행사되지 않는 한 5년 차 기준 연 2.472%의 금리에 미 국채 5년물 금리를 더한 것으로 바뀐다. 금리는 약 6.7-6.75%까지 오른다.
과거에는 이 금리가 부담스러운 높은 수준이었지만, 현재 불안정한 채권시장 여건에서는 괜찮은 금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콜옵션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좋은 숫자처럼 보인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흥국생명은 단순히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빚을 갚지 않았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5년 만기 채권이라고 생각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과 보험사는 물론 흥국생명은 물론 만기가 30년인 채권을 채권단이 5년 만에 갚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기대가 산산조각이 났다.
이렇게 해서 5년 만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만기가 30년 이상인 채권으로 바뀌었다(만기가 30년이 되면 자동으로 갱신되는 옵션도 있음).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 자본증권이 이처럼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13년 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국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물론 흥국생명이 30년 안에 상환을 결정할 수도 있다. 콜옵션이 6개월마다 행사되기 때문이다.
정말 '제2의 레고랜드 사건'인가?
한 증권사 관계자는 "레고랜드와는 다르다. 레고랜드는 보증 의무에 대한 채무 불이행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평가기관도 이를 하향 조정했다. 모종의 예상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장 큰 문제는 없었다. 금융당국도 보도자료를 통해 "흥국생명의 영업실적이 양호하고 채무불이행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가장 효과적인 자본 조달 수단을 잃었다.
하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본증권에 부여된 첫 콜옵션이 행사되는 시점을 만기일로 보는 게 관례인데, 흥국생명이 시장에서 선수 간 신뢰를 깼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금융권에서는 흥국생명이 레고랜드 사태로 불붙은 국내 채권시장에 기름을 붙었을 뿐 아니라 해외시장 국내 기업들이 당분간 신규 자본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기적인 결정을 했다.”
금융권에선 흥국생명의 이기적인 판단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기 회사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수년 간 쌓아 올린 평판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셈"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되돌리기까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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